거리에서 내쫓긴 거리화가

2015.09.08 17:19 http://tong.joins.com/archives/4649
-by 김현아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이나 스페인 아르마스광장에 가 본 적이 있다면 거리화가들을 한 번쯤은 마주쳤을 것이다. 이 외에도 로마 나보나 광장, 퀘백 생탄거리 등 외국 거리에 나가보면 많은 화가들이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리화가를 마주치기 힘들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거리화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거리화가협회(이하 대거협)에서 추산된 전국에서 활동 중인 거리화가의 수는 100여 명 정도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거리화가의 수가 적고, 해운대나 월미도 등 일부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그 지역에서만 거리화가를 만나볼 수 있다. 왜 그 수가 적고, 왜 일부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것일까?

거리화가들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거리화가들이 자주 나온다는 인사동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거리에는 거리화가들이 없었다. 좀 더 걷다보니 인사동 거리와 좀 떨어진 탑골공원 앞 횡단보도 옆에서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황정진 (80) 화가를 만났다.

황정진 화가의 '매화'
Q : 이 일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A : 한 40년, 일본에서 하다 한국으로 왔어.

Q : 하루에 보통 몇 개 정도 (사람들이) 사가죠?

A : 하루에? 한… 열 개?

Q : 다른 거리화가 분들은 어디 계시죠?

A : 없어, 단속이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나와,

Q : 구청에서 단속을 하는 건가요?

A : 응, 구청에서 저번에도 부채 300개를 가져갔어.

Q : 왜 단속을 하는 거죠?

A : 잡상인이라는 거지.

부채 300개 압수, 그 이유는 노점 단속

그는 화가들이 거리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단속’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런 사례가 더 있는 지 알아보고 거리화가들의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대거협 총무와 인터뷰했다.

Q.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A.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지 않고 호를 사용합니다. 호는 소정입니다.

Q.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리화가에 대한 대우는 어떠하나요?

A.현재 우리나라에서 거리화가에 대한 대우나 처우개선은 전혀 없습니다.

Q. 거리 화가 분들께서 현재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A. 자유롭게 작업할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공간이 적다는 것은 그림을 그릴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거리화가가 손님을 상대로 그림 그릴 곳이 없으면 생계가 곤란해짐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관에서 행해지는 무개념 단속은 거리화가의 고단함을 가중시키는 중요요소입니다.

Q. 거리 화가 분들이 노점 단속에 의한 피해를 받는 일이 자주 있나요?

A. 피해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 입니다.

Q. 노점 단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노점에 대한 단속부분에 있어서는 단속반의 인식개선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할 부분입니다. 거리화가를 단순히 그림 값을 지불받는 행위로만 여겨 잡상인, 혹은 노점 취급하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품에 대한 수고료(작품비)를 받는 행위를 상업행위로 보는 게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현재 모습입니다.

노점 단속, 거리화가는 잡상인? 예술가?



노점 단속은 『도로법』제38조(도로의 점용) 및 제4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의 규정에 의거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것이다.

길거리 초상화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작업만이 아닌 화가와 사람들이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소통하는 예술이므로 잡상인으로 취급해 단속을 하는 건 문제라는 게 거리화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구청에서는 형평성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부산 남포동 BIFF거리에서 활동하는 거리화가[사진=중앙포토]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거리화가를 잡상인으로 취급하고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인천 월미도, 거리화가 발원지인 대학로, 서울 남산, 경주보문단지, 삽교호 등 관광지에서는 거리화가들이 단속을 받지 않으면서 상시 활동 중이다.

대거협에서는 “관광 지역의 특수성과 상주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해운대 지역에서 거리화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의 거리화가[사진=중앙포토]


거리화가들이 거리로 나오기 위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거협 자체에서 제안했던 방안은 없었을까. 대거협 소정 총무는 ”자격증, 회원증이 근복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데다 현실성도 없다. 이전에도 법인 형태의 등록이라던지의 검토는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유야무야 됐다”고 답했다.

“화가와 예능인을 천시하던 사회적 가치관, 화가는 여전히 배고픈 사람으로 치부되는 데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화가들 스스로 자성해야 될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나, 사회의 이해와 관심이 화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수가 있을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화가의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 거리화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관에서 거리화가를 노점상, 잡상인이 아닌 예술가로써 대한다면 거리화가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일러스트=김현아 (경기 포천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포천고지부, gusdk535@naver.com08